“지역사회의 독자적인 발전을 위해 지역언론이 필요하다”
김 영 준
자치신문 칼럼위원
작은자리자활 이사장
노후희망유니온 경기본부장
지역은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살아가는 곳이며 따라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일차적으로 결정하는 영역이자 공간이다. 개인의 시민권이 폭넓게 보장되고 행사되는 장으로서의 지역, 자유시간과 문화 창조를 위한 현실적 단위로서의 지역, 이기와 분열이 아닌 지적 도덕적 공동체로서의 지역인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에서 실천하자는 명제가 오늘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지역의 모습은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활권, 정치적 자율권, 경제적 결정권 등 시민의 모든 권리가 행사되고 보장되는 곳, 서로 동등하고 수평적이며 중앙과도 상하 수직관계가 아닌 곳,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지역일 것이다. 그러나 1991년 지방의회 의원선거로 다시 출발한 한국의 지방자치, 그리고 지역의 현실과 위상은 현재 얼마나 달라졌을까. 뒤돌아보게 된다.
2018년을 자치분권의 원년이 되게 지역시민들이 만나 소통하는 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방자치제가 시작되었다고는 하지만 진정한 지역결정권을 갖기 위해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은 멀기만 하다. 그러나 그것은 지역시민들 손에 의해서만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현재 지역에는 힘도 자본도 두뇌집단도 없다. 이 모순된 현실은 우리가 사는 지역이 완결구조를 가지기까지가 얼마나 만만치 않은 과정인가를 깨닫게 한다. 더욱 딱한 일은 우리가 지역에 살면서도 지역을 보지 못하고 중앙지와 중앙방송이 가리키는 대로 다함께 중앙을 바라보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언론에 있다. 중앙언론의 상업적 보수성과 획일성, 그리고 지역 언론의 미성숙이 그 원인이다.
지역사회의 독자적인 발전을 위해 지역언론이 필요하다는 것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이야기다. 신문이나 방송이 없는 국가나 사회를 상상해보는 것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사회내의 정보가 유통되지 않고 국민들은 자신들의 의견을 말할 통로가 없어 귀와 입을 틀어막고 살아야 하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 국민들이 주체적이고 행복하게 살아가거나 사회가 정치 경제적으로 과학적으로 문화적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역이 독립적인 공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시민들의 삶의 질을 고르게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지역 언론의 발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언론의 주된 매체인 지역신문은 오랫동안 푸대접을 받아왔으며 지금도 편견 속에 있다. 마치 덜떨어진 존재를 바라보듯이 사람들은 지역신문을 대해왔다. 지역신문의 열악한 자본과 인력환경이 그런 편견의 원인이라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지역신문의 열악한 현실은 바로 그러한 편견과 무관심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지역신문에 대한 편견은 우리가 사는 지역, 지역에 사는 우리 자신에 대한 편견일 따름이다.
지역신문이 필요한 것은 첫째 지역주민의 소외된 알 권리를 찾기 위해서다. 지역 언론은 모든 국민에게 주어진 언론의 자유를 보다 가까이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실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도 세계화 시대에도 변함없는 것은 사람들의 삶이 지역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역의 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상수원에서 물을 끌어다 마시며 자치단체가 결정한 수도요금을 낸다. 사람들은 지역에서 조성된 가격으로 집을 사고 점포임대료를 내며 장을 본다. 또 사람들은 지역에서 열리는 문화행사에 참여하고 자녀를 지역에 있는 학교에 보낸다.
지역에 사는 주민들은 지역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는 정보를 접함으로써 지역의 중요한 변화를 파악할 수 있으며 어떤 문제나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정하고 지역 언론을 통해 이를 표현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민들은 스스로 자신이 처한 삶의 여건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라 부르고 지역 언론을 풀뿌리 언론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더구나 이 점은 전국단위 주류 언론이 거대 상업 자본화함으로써 약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광고주와 자사의 논리를 여론시장에 유포하고 나아가 여론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오늘날의 왜곡된 언론현실에서, 지역신문이 국민의 언론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매체로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은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이고 사회의 주인이다. 언론의 자유가 인간의 기본권으로서 존중되고 역사적으로 확대되어가는 까닭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데 이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선택과 결정이라는 자기표현을 통해 삶을 성취한다. 여기에 전제되는 것은 정보와 의견의 소통이다. 사람들은 필요한 정보를 취합하고 취합한 정보를 토대로 선택하고 결정한다. 정보 없이 선택을 한다는 것은 어둔 밤길을 등불 없이 가는 일과 같이 위험하다. 결과가 자신에게 이로울지 해로울지를 예측할 수 없는 선택은 선택이 아니다.
특히 지역에서는 직접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위해 대의민주주의 아래서 시민들은 선거라는 과정에 주체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다. 여기서 전제되는 것 역시 후보자를 선택할 수 있는 정보다. 지방자치선거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역 언론은 후보자에게는 저비용 고효율의 선거운동 공간을, 유권자에게는 후보자에 대한 정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점은 지금까지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해 유지되어온 불합리한 선거문화를 합리적으로 바꿀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전국단위 언론들은 수많은 지역의 세세한 일들에까지 취재의 손길을 뻗을 수 없을뿐더러 지역의 일들은 그들의 구미를 당기지도 못한다. 지역 언론만이 지역의 발전과 지역시민의 삶에 깊이 관심을 기울일 수 있으며 또 관여할 수가 있다.
지역 언론은 지역을 남과 남이 사는 냉정한 경쟁의 장이 아니라 이웃과 이웃이 사는 공동체로 만드는 데에도 필요하다. 공동체를 유대와 결속의 구성체로 본다면 거기에 전제되는 것은 상호이해다.
지역 언론은 공동체생활에 필요한 정보와 이웃을 이해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이웃사람과 교환할 수 있는 광장이 되어준다. 사회적 통합이라는 언론의 일반적인 기능은 지역에서 생활공동체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공동체 안에서 사람들은 호혜적이고 공존형의 인간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공동체의 구현이 시민들의 행복한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게 해준다. 요컨대 지역신문이 지향하는 것은 평화롭고 정의로운 공동체이다.
이제 우리 시민은 자치분권시대를 열기위해 건강한 지역신문에 관심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