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촛불정부가 국민과 약속한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해가 되기를 지역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자치분권으로 ‘이어지느냐, 그러하지 못하느냐’ 하는 기로에 놓여있기에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1항).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2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이다.”라는 취지의 3항을 더해 헌법 총강에 분권적 국가질서의 위상을 분명히 ‘해야 하는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개헌정국이다.
따라서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지역신문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지역신문의 역사를 돌아보고 어려움을 극복하여 건강한 지역신문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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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자치신문이 참가한 전국 지역신문 컨퍼런스 |
지역신문의 태동은 정치적 탄압과 언론자유의 말살이라는 상황 아래서 국민의 기본권 쟁취라는 굳은 결의 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당시의 권위적 권력구조와 그에 맞선 전국적 진보운동 진영 어디서도 이 미세한 움직임에 주목하지 않았다. 거대담론에 빠져 실천적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던 당시의 한국사회에 있어서 지역으로 파고들어 주민의 언론권을 찾으려 했던 지역신문의 태동은 언론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상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었다.
짧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 위에서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거대한 것, 중앙 집중적이고 권위적인 것의 패러다임은 작은 것, 지역적이고 민주적인 것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것을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지역신문이었다.
특히 1995년 지방자치를 시작한 마당에 지역 정치인에 대해 취재 보도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것이 정간법 파동이다. 그러나 지역신문의 외로운 투쟁으로 1996년에 정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지역신문도 정치기사를 게재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어느 일간지도 어느 언론관련 단체도 지역신문에 대한 정부의 보도금지와 정간명령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사건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때부터 지역신문은 한국현대사 속에서 중앙언론이 권력의 비호와 지원을 받으며 거대 재벌화 하는 동안 황무지를 뚫고 스스로 싹을 틔워 올린 들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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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내 학교를 대상으로 자치신문이 실시한 신문 만들기 대회 |
지역신문은 지역주민의 눈과 귀가 되어 행정기관을 비판·감시하고, 지역주민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들에게 토론과 참여의 장을 제공하려 노력하였다. 당시의 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 신문들은 대부분 주민 주 공모로 형성된 건강한 자본을 바탕으로 편집권, 공정한 보도, 기자의 품위유지 등을 윤리강령으로 채택해 실천해 왔다.
정부의 아무런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도 전국의 회원사 지역을 돌며 스스로 기자교육과 연수를 실시하였다. 지역신문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노력과 지역신문에 대한 차별적 규제의 개선을 위해서도 노력하여 왔다.
그러나 지역신문이 갖은 역사적 의미와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확고히 뿌리내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근본적인 어려움이 지금도 존재하고 있다.
지역신문은 초기자본 규모부터가 매우 영세하다. 더구나 IMF이후 신문사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해져 왔다. 교차로와 벼룩시장 등, 그리고 지역 내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진 생활정보지들이 지역의 좁은 광고시장을 잠식해 들어간 상태에서 지역상권의 위축은 지역신문의 광고시장을 더 얼어붙게 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정보화시대가 되어 핸드폰에서 모든 정보를 얻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경영의 불안정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고학력자 실업난 속에서도 지역신문은 전문 인력 수급에 늘 허덕이고 있다. 특히 지역신문의 1세대가 지녔던 “고향으로, 지역으로”라는 모토는 이후 세대들에게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들의 성향을 이루는 다원주의 혹은 탈 역사주의는 “서울로, 대도시로”라는 획일성만 강화시켰다.
또한 열정과 각오로 사회와 역사의 제단에 기꺼이 희생양이 될 수 있었던 1세대와는 달리 그들은 지역신문의 낮은 급료와 강도 높은 노동을 견딜 만한 사회적 신념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기왕에 지역신문에 종사하는 사람들 역시 대부분 정식으로 언론인 훈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비전공자들이지만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충분한 재교육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 이어졌다.
전문역량 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신문 발행인과 편집책임자의 언론관과 전문 경영능력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발행되는 지역신문들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현격한 차이들이 존재한다. 이 편차는 바로 발행인이나 편집책임자의 언론관과 경영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언론개혁과 언론민주화라는 대업을 인식하고 그것을 지향점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신문들이 있는가 하면 그간 중앙언론이나 지방일간지에서 보여 온 권력 유착형, 자본 유착형 행태를 답습해 오히려 지역사회에서 비난을 받으며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지역신문의 성격이 지방선거 때만 되면 확연히 들어난다.
지역신문이 지방자치의 동반자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은 아직 인색한 수준이다. 지역정치인들, 자치단체장을 주민의 심부름꾼으로 여기기보다 어른으로 여기는 군주제의 잔재와 비판과 비평에 익숙하지 않는 덮어주기식 관행으로 인해 지역신문을 사이비신문으로 분리하기도 한다. 지금은 원칙과 공정함을 보장받고, 지역을 위해 혁신이 일어나야 할 떼이다.
지방선거 때만 되면 지역신문의 순수성에 대한 의심의 눈길이 이어지고 있다. 영향력 있거나 능력 있는 발행인이나 편집책임자일수록 정치야욕을 위해 신문을 발행하는 사람으로 보는 등 동기의 순수성에 대한 의심을 많이 받는다. 늘 권력에 기대어 일신의 영예를 누리려 할 뿐 공익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이 지역신문 이전에는 없었던 것이 지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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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시민들을 대상으로 자치신이 실시한 시민기자 교육 |
또한 지역주민들은 지역신문으로부터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서도 여전히 소속감의 만족을 위해 중앙언론 3사를 우선 구독하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경향은 개인의 의사와 신념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보다 자신이 소속한 정당, 사회단체의 주류의견을 무조건 추종하는 고질적인 우리사회의 집단문화로 인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지역신문에 대해 규제와 차별, 그리고 무관심으로 이어 왔다. 신문발송에 드는 우편요금도 일간지와 차등지원하고 있다. 중앙일간지에 쏟아 부어졌던 정부의 원조자금, 특별자금은 중소기업 육성지원이 한창인 요즘에는 지역신문에는 배분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언론학계는 지역신문 태동 때부터 간헐적으로 조사사업을 해왔지만 근간에 부분적인 지원이 있기까지 오랫동안 지역신문을 백안시해 왔다. 올해부터는 한국언론재단이 지역신문 기자들을 위한 국내외 연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한다.
지역신문 종사자들에게 상황은 늘 전시다. 어느 신문이던, 또 신문이나 방송이나 취재원을 앞에 두고 전쟁을 치르고, 마감시간을 앞두고 전쟁을 치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지역신문이 놓인 전시상황은 그것과 다르다. 지역신문은 국가권력, 지역의 권력과 타협하지 않았으며 국가적 자본, 지역의 자본과도 타협하지 않았다. 그래서 늘 그들과 긴장관계에 놓여있어야 하고 유혹 또한 늘 앞에다 두고 있어야 했다. 게다가 늘 마주하는 이웃을 취재해야 한다는 것도 지역신문이 겪게 되는 어려움 가운데 하나이다.
지역신문은 언제나 자기와 연속된 싸움 앞에 서 있다. 그러나 매순간 대화와 원만한 합의는 취할지언정 타협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언론이 스스로 자기발목을 묶어 언론으로서 자기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는 첩경이다. 우리가 한국의 현대사나 언론사를 보며 배우는 것이 있다면 바로 그 점이다.
한국 언론의 현주소는 우리를 가슴 아프게 한다. 지금 정부가 들어서기 전만 해도 언론개혁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세무조사와 공정거래 조사위원회의 조사를 벌여야 하고, 아직도 잘못된 점이 없는 양 궁색한 여론을 몰아가는 보수언론의 모습이 서글프고 화가 난다. 국민이 위임한 성스러운 언론의 자유를 언론사의 자본축적과 여론조작의 자유로 오인한 채 이미 국민과 멀리 떨어진 권좌에 앉아 기를 쓰고 내려오지 않겠다고 버티는 그들의 모습은 차라리 참담하다.
지역신문은 풀뿌리 신문이다. 크지도 않고, 화려할 것도 예쁠 것도 없는 그저 작은 신문이다. 그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화려한 조명을 받지 못해도 지역신문은 척박한 지역에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함께 언론의 자유라는 밭을 일궈왔고 지금도 함께하고 있다.
그들은 아무런 지원도 없이 오로지 지역주민의 사랑과 신뢰를 자양분으로 날밤을 새며 일해 왔다. 그래도 그 힘든 곳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아직도 개척되지 않는 자유의 땅을 일굼으로써 한국사와 인류사에 손톱만큼 보탬이 되고자 하는 작은 소망과 자부심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한구석에서 한국현대사의 한쪽에서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메마른 땅을 갈아엎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땅 밑으로 뻗어내리고 팔을 땅심을 키우는 땅속 뿌리들처럼 우리로 하여 우리의 토양이 어느날 정의롭고 평화로운 곳이 되기만 한다면 말이다.
물론 지역신문은 바르고 굳건한 참 언론으로 자리 잡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또 지역신문들 중에는 사이비 언론 시비에 휘말릴 만한, 언론관조차 없는 신문들도 있다. 외람되지만 그것을 가려내어 건강하고 바른 신문을 키우는 일은 바로 지역주민과 지역독자들의 몫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역신문의 존재이유는 바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주민들은 지역을 바꾸는 주체가 되어 주민들이 숨 쉬고 있는 현장을 공동체 광장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현장이 안고 있는 불의한 것들을 공정하고 정의롭게 바꾸어가는 것이 지역주민의 역할이며 우리지역을 아름답게 하는 출발점이다.
이러한 방향으로 주민을 변화시키고, 지역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풀뿌리신문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