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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칼럼] 사라진 영웅

기사입력 2026-05-18 22:43 최종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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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 
 (사)한국문인협회
별다방한국문학연구소 대표


  선거의 계절인데 도시가 지나치게 조용하다. 본래 민주주의는 조금 소란스러운 제도이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부딪히고, 누군가는 비판하며, 누군가는 반박한다. 그 긴장 속에서 권력은 균형을 유지함이다. 따라서 선거철의 도시는 뜨거워야 정상이다. 시민의 삶을 두고 경쟁하는 언어들이 거리 위를 분주하게 오가야 한다.
  이에 견주며, 지금 시흥의 풍경을 들여다보자. 묘하게 고요하지 않은가. 이번 시흥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끝내 후보를 확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보 등록일까지 지원자가 없었고, 재공모와 추가공모에도 상황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선거를 앞둔 정치에서 ‘나서려는 사람’보다 ‘피하려는 분위기’가 먼저 읽힌다는 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님을 시민은 인지해야 한다. 그것은 지금 지역정치가 어떤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니만큼 침묵 속에서 눈을 뜨고 명찰추호明察秋毫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문제는 특정 정당의 약세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견제 세력이 사라지는 구조가 아닌가. 대도시는 그나마 여론과 언론, 시민단체와 다양한 정치세력이 서로 부딪히며 균형을 만들어 간다. 그러나 소도시의 정치는 다르다. 특정 권력이 오래 고착되면 행정과 정치, 지역 인맥과 이해관계가 하나의 흐름으로 엮이게 되어 있다. 갈등이 줄어드는 대신 질문도 함께 줄어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안정처럼 보이지만, 그 안정은 균형이 아니라 기울어짐의 시작을 나타낸다.
  앞서 언급되었듯이, 민주주의에서 지나치게 조용한 도시는 위험하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점점 질문을 받지 않게 되어 있다. 질문이 사라지면 설명도 사라지고, 설명하지 않는 권력은 시민보다 내부 논리에 익숙해지게 되어 있다. 그때부터 선거는 선택의 과정이 아니라 형식적인 절차로 굳어진다. 곧 시흥의 선거가 밟게 될 수순이 아니겠는가.
  몽테스키외는 ‘권력을 나누어야 하는 이유’를 ‘인간의 본성’에서 찾았다. 인간은 누구나 오래 권력을 가지면 스스로를 정당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권력을 흔들어 깨워야 함을 주장한다.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반대편에 서야 하고, 끝까지 질문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지방정치에서는 그 질문 자체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 소도시일수록 그 위험은 더 깊다. 지역사회는 좁고 관계는 촘촘해서 비판은 쉽게 불편한 사람이 되고, 침묵은 편안한 선택이 되기 마련이다. 결국 사람들은 말을 아끼게 되고, 당연히 정치는 긴장감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 결과는 곳곳에서 드러나게 된다. 시민의 삶은 그대로인데 보고서는 늘 성공적이게 될 것이며, 골목의 체감경기는 얼어붙는데 개발 계획은 계속 화려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민은 무너지는 삶 앞에서 그저 버티고 서 있어야 하는데, 정치는 자꾸 축하만 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겠는가.
  지금 시흥이 보여주는 침묵은 그래서 더 묵직하다 하겠다. 누군가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선거”라고 말할 것이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치는 원래 쉬운 곳에만 서는 일이 아니었다. 가능성이 낮아도 시민 앞에 서는 것, 패배를 감수하더라도 권력을 견제하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해 온 최소한의 용기였다.
  고대 그리스의 디오게네스는 대낮에 등불을 들고 “나는 인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시흥의 시민들도 비슷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거대한 공약보다 끝내 시민 곁에 남을 사람, 계산보다 책임을 먼저 말할 정치인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정치는 결국 균형의 예술이다.   한쪽으로 오래 기울어진 권력은 스스로를 교정하지 못한다. 스스로를 교정하지 못하는 권력은 결국 시민의 삶보다 자기 유지에 익숙해진다.
지금 시흥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또 하나의 후보가 아니다. 권력을 긴장하게 만들 사람, 침묵 속에서 질문을 던질 사람, 패배를 알면서도 시민 앞에 설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진정 지금 시흥의 영웅이 되지 않을까. 성숙한 시민이라면 용감한 그를 응원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완벽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소수의 목소리 덕분에 가까스로 균형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다.
  그 목소리가 사라진 순간, 민주주의는 이미 조용히 무너지고 있지 않을까.

관리자 (sjn44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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