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선
시인
얼마 전에 시민단체에서 주관하는 동북아 평화 여행 콘퍼런스에 다녀왔다.
취지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재외동포 8.15 기념행사에 동참하고 그곳에서 동북아 평화를 논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제목은 거창스럽지만, 주 핵심적인 내용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손짓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보여주고 싶은 의도였다.
원산 갈마지구에 남한 관광객을 유치하도록 우리가 마음을 열고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은 것이다. 어떻게든 남북한과 소통을 하고 싶지만, 북한은 이제 남한의 유화정책에도 귀를 꽉 막고 두 국가로 굳혀가고자 한다.
예전엔 블라디보스토크는 비행기가 왕복하고 배도 자주 떴다. 간단하게 다니는 여행 코스로 주목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감행하면서 우리나라와 러시아 사이는 계속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적대시함을 느꼈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하고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간접적으로 무기를 지원하는 꼴이 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행사를 치르기로 많은 준비를 했다.
비행기로 하얼빈으로 가서 국제선 기차로 러시아로 들어가야 했다. 러시아는 전쟁으로 피폐해짐을 여실히 느끼는데 중국은 갈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이 보인다.
블라디보스토크와 연결하는 기차를 중국에서 만들어 개통했다. 기차는 생각보다 쾌적했지만, 기차를 타기 위해서는 비행기 탑승 때 받는 수속을 똑같이 받는다.
중국 기차역에서 내려 러시아로 들어오는 입국 절차는 자존심 상할 정도로 까다로웠다. 여권과 핸드폰은 압수다. 핸드폰의 비밀장치까지 공개해야 한다. 압수된 물건은 검사소에서 핸드폰을 열어 보고 정보누출이 없는지 확인하고 나서야 되돌려 준다. 무려 5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사업차 러시아를 자주 다닌 일행 두 명은 간첩으로 오인해 잡혀있었다. 다행히 같이 간 청년 중에 사할린에서 살았던 대학생의 통역으로 풀려나기도 했다.
우리와 상관없을 것 같은 이웃 나라의 전쟁으로 음으로, 양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또한 남북한의 경직된 상황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원산 갈마지구는 대한민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북한으로서는 실패한 사업이다. 북한은 자기네 체제 유지를 위해 남한에는 문을 닫고 있지만, 우리도 체제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북쪽과 잘 지낼 필요가 있다.
세상은 언제쯤 죽고 죽이는 전쟁 없이 평화롭고 안정되게 살아갈 것인가?